작년 개발자가 되고 싶어 회사를 퇴사하고 공부를 시작한 이후 예비 개발자 신분으로 정말 너무 정신없이 모든 것이 흘러갔다.
해야 할 것도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체력이 부족했고 정신력 또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시기가 많았다.
수없이 요동치며 흘러가는 강물은 바다에 합류하는 순간 잔잔해지는데 (물론 바다는 이와 별도로 어마어마한 파도를 치지만)
아마 지금의 흔들림은 다 이런 과정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임했다.
셰익스피어는 '인생은 연극이다'라는 말을 했다.
인생 전체가 하나의 연극이고, 어떤 이는 7막에 걸쳐서 여러 연기를 묘사하기도 한다고 했다.
인생에는 갑자기 바뀌는 분기점들이 있고, 이것을 극에서의 '막'이라는 표현으로 비유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도 지금이 새로운 막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2023년인 올해가 내 인생 전체에 있어 새로운 막의 시작이었다고 장담한다.
올해는 개발자가 되기 위한 시작이기도 했지만, 내 인생에서의 목표와 방향을 확실하게 정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작년에 우테코 프리코스를 떨어지고 많은 국비 학원을 검색 끝에 올해초 멀*캠퍼스에서 백엔드 과정을 수강했다.
그렇지만 갑작스런 공부에 많은 것이 어려웠다.
맨날 걷던 사람이 갑자기 장거리를 잘 뛸 수는 없듯이 말이다.
나이 먹었단 핑계로 체력도 다소 부칠 때가 있었고,
그동안 직장생활하며 서브로 사용하던 노트북도 나름 성능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개발을 하는데는 버벅였고,
팀 프로젝트에서 막힘이 있을 땐 뾰족한 해결책을 내지 못했다.
모든 것이 삐걱댔다.
그래서 먼저, 체력을 기르고자 학원을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왕복 두 시간쯤 되는 거리였는데 그동안 자전거를 많이 타와서 그런가 이렇게 해도 체력이 오르는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방안을 생각해야 했지만 하루종일 공부를 해야해서 그럴 겨를이 없었다.
체력은 확실히 모자랐고 학원을 다니며 뇌가 쓰로틀링 걸리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다음으로 컴퓨터는 톰캣 리부팅 하는데 60초 이상 걸리며 뻗어가는 LG그램을 보며 이건 도저히 아니라고 생각했다. 19년식인데 이거 너무한거 아닌가.
견디다 못해 구형 M1 프로 램 32기가 맥북으로 바꾸었다.
왜 구형을 샀냐면...나는 전자기기를 좋아하지만 왠만해서는 신제품을 사지 않는다.
모 기업에서 근무할 때 신제품 태블릿이 나왔을 때 불량률이 30%를 넘는 것도 보고, 새로운 어플이 출시되었을 때 새벽까지 몇 백개나 되는 오류문의로 게시판 답변을 칠 때에 느꼈다. 신제품은 베타테스터가 되기 쉬우니 사지 말자고.
주어진 금액이 많지 않다면 안정적으로 검증된 구형 제품을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컴퓨터를 바꾼 다음 맥을 사용하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고작 해봐야 그램에 깔았던 해킨토시가 전부였으니까.
그러던 와중에 학원에선 파이널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조용히(?) 준비하던 네*버 부*트캠프 1차 코테도 붙어서 할 게 너무 많았다.
이 때쯤 괜찮은 기업들 합격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많이 찾아봤는데 지금 하는 프로젝트는 기술스택이 너무 없어보였다.
그래서 프로젝트에 이것저것 더 공부해서 추가하려고 팀원들과 소통을 시도했는데...
프로젝트가 오프라인 수업에서 온라인 줌으로 대체되어서 많은 답답함을 느꼈다.
예를 들어, A안, B안, C안 세 가지의 장단점 제시하며 어떤게 낫겠냐고 물어보면 세 개 다 나을 것 같다고 하거나, 내가 알아서 하라고만 했다. 그래...그럴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바를 말하고 어느정도 구현했다.
그렇지만 도메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다보니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달라서 계속 중복 코드가 나오거나 처음부터 갈아 엎어야 하는 코드가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스케이스를 만들어 공유하며 이건 이렇게하면 좋을거같고 저건 어떻고하며...정말 눈물의 X꼬쇼를 했는데...전혀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네*버 부*트캠프 2차 코테에 집중하게 되었다.
결과는.. 둘 다 놓치게 되었다.
조금 더 리더쉽 있게 하려면 내가 팀장이 됐었어야 하나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특별한 성과 없이 반년이 흘러간 채로 학원이 끝났고, 이를 만회하고자 개인 프로젝트를 하고있었는데...
원*드에서 하는 프리온보딩 인턴십이 열려서 지원했다.
사전 과제를 통과해야 참여가 되고, 이 사전 과제는 기업에서 신입을 뽑을 때 주는 실제 과제와 같은 난이도이기 때문에 이것을 통과한 사람은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실력들이 좋았다.
그런데 하필 내가 참여했을 때 팀 프로젝트 없이 알고리즘 수업만 하게되었다. 팀 프로젝트는 자율적으로 하라고 팀을 정해줬지만 여느 온라인이 그렇듯 흐지부지해졌다. 그래서 결국 이것도 팀 프로젝트 측면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도 알고리즘 공부의 중요성과 재미를 알게 되었고, 이 때 알게된 리트코드 150제는 지금도 계속 풀며 이 블로그에 포스팅 하고 있다. 150제를 다 푸는 것이 목표다.
계속 프로젝트에 대한 성과를 내지 못한채 시간이 계속 흐르며 연말에 가까워지자 채용시장이 더 얼어붙었다.
그러던 중 우테코 프리코스가 또 열렸다.
우테코든 프로젝트든 시간이 더 들여서 공부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와이프에게 나 조금 더 공부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와이프는 몸은 조그맣지만 성격은 대장부같은데, 하고싶은거 하는거니 더 공부해서 좋은데 가면 되지 라며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덕분에 조금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
이 때쯤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뛰기 시작했다. 체력과 지구력과 멘탈을 늘리기로 했다.
매일 5km를 뛰는 100일 챌린지를 시작했고, 오늘 기준으로 비가오나 눈이오나 하루도 안쉬고 87일차 뛰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달리기였는데, 이제는 쉽게 할 수 있다. 100일 달성하면 인증하고, 또 달릴 예정이다.
+ 24/1/1 추가 말 일에는 12.31 km를 뛰었다. '내년을 향한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도 있고, '한 해를 이만큼 뛸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는 의미도 있다. + 24/1/16 추가 100일 동안 매일 5km 달리는 걸 성공했다. 정확히는 104일이 걸렸다. 작심(?) 4일차에 허리가 아파서 쉬었기 때문에 완전히 연속으로 달린 100일을 채우기 위해 4일 더 뛰었기 때문. 총 달린 거리는 522.31km(5km * 102 + 12.31km * 1)이고, 습관으로 자리 잡힌 것 같다. 매일 뛰며 스스로도 많이 부지런해졌음을 느낀다. 이미 습관이 되어 버려서 계속 뛸 것 같다. |
매일 뛰는 노하우를 토대로 매일 독서와 영어 회화연습을 하는 습관도 들이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관련분야 100권을 읽으면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왜 개발을 하면서는 평소에 하던 이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을까. 확실히 여러 개발 서적을 읽으며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영어 회화는 GPT를 활용하고 있는데, 어플에서 대화하는 기능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리고...우테코 프리코스에 재수생(?) 신분으로 다시 참여했다.
합격했을 때 주어지는 메리트가 다른 회사를 1년 다녔을 때보다 나은가? 라고 했을때 충분히 메리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원했다.
만약 붙는다면 내년 11월까지 더 공부를 해야하지만 그건 어쨌든 중요한게 아니었으니까.
작년에 비해 자바라는 언어에 많이 익숙해져서 오브젝트 책을 읽으며 객체지향을 적용해 훨씬 퀄리티 있게 과제를 제출했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합격하지 못했다. 그냥 바로 취직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결국 또 한 번의 시간이 흘러갔는데 뭔가를 도전하고 떨어지더라도 배울 점은 항상 많았다.
실패에서 뭔가를 배우지 않는 것이 진정한 실패라고 생각한다.
초조함만 조금 해결한다면 충분히 성장에는 긍정적인 것이다.
이제는 어쨌든 취직을 위해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할 시기가 왔다.
혼자하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 곳에서 하면 더욱 시너지가 날 것 같아 괜찮은 과정에 합류해서 하기로 했다.
항*99에서 단기 개발자 취업 코스인데 이번에 1기를 뽑는다. 1기라 그런가 공홈에도 없는 과정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달리는 2달이 안되는 과정이고 여기서 개인 프로젝트를 승부보고 취직할 계획이다.
올해 회고는 치열한 공부와의 전쟁이 전부인 것 같아서 회고보단 복기에 가까운 내용들이라 약간 아쉽긴하다.
1년동안 눈 뜨고 한 것은 달리기랑 개발 공부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열심히 하는 것은 어디로 흩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회사에서 나를 다시 일하도록 불러서 일했던 것도 그렇고,
한 달 전 오랜만에 연락주신 또 다른 전 회사 선임분이 이렇게 말해준 것만 봐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아직 개발분야에서는 이 노력이 닿지 않은 것 뿐이다.
내년 회고에는 취직하여 실력있고 노력하는 개발자가 되어있고, 누군가를 가르쳐주며 즐거워하는 개발자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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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설명할 때 비로소 자신의 지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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